(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사랑하는 Otaru입니다. 티스토리 부계정 활성화 차원에서, 오늘 본 영화 어느 가족 후기는
이 곳에 남겨 봅니다.
万引き家族 , Shoplifters , 2018
오리지널 일본 영화 제목은 만비키 가족, 그러니까 물건을 훔치는 가족 이란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영화는 한 중년 남성과 꼬마아이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얼핏 보면 아들과 아빠처럼 보이지만, 수퍼 직원들의 시야를 가려 가며 먹을 것을 담는 꼬마아이.
도둑질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슬픈 눈을 한 여자아이를 보게 되고,
중년남성은 그 아이에게 고로케를 건내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생활 공간인 집으로 셋이서 가게 됩니다.
굉장히 허름한 집에서는 나이 많은 할머니 (키키 키린), 그의 아내(안도 사쿠라)
할머니의 손녀 딸로 보이는 어느 학생(마츠오카 마유) 등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얼핏 봐도 가족으로 보이지 않는 위화감, 그 꿉꿉함 속에 식사를 마친 다음날,
아이를 데려다주려고 보니 젊은 부부가 대판 싸우고 있는 것을 듣게 되고,
그냥 다시 집에 데려다 오면서 생기는 일화를 담았습니다.
실종신고를 하지 않는 부모 때문에 겸사겸사 여자아이를 키우게 되는 가족들.
집만큼이나 이상한 그들의 행적을 보자면,,
중년 남성과 꼬마 아이는 영화 초반부처럼 둘이 함께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을 주로 합니다.
나중에 어리디 어린 그 여자아이까지 해서 셋이서 주로 물건을 훔치죠.
아내는 세탁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초반에 나오지만 그녀도 손버릇이 썩 좋지 않아서
세탁물 안에 있는 물건을 슬쩍 하곤 하죠. 영화 속에서는 옷에 있던 넥타이핀을 훔쳐
꼬마아이인 쇼타에게 건내기도 합니다.
할머니, 전 남편이 죽었습니다만 주기적으로 전남편의 배다른 자식을 찾아가
용돈을 받아 오기도 하고, 파칭코에 가서 옆사람 구슬을 슬쩍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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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아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듯 합니다.
일할 게 없어서인지 일본 풍속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잠깐이지만 풍속업소의 시스템이 묘사되는 장면은 상당히 신기합니다.
※아키는 업소에서 사야카 란 이름으로 일하곤 하는데,
사야카는 아키의 여동생 이름입니다. 뭔가 앙심을 품고 그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 같아요.
(중반부 쯤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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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데려와서 키우던 여자아이(유리. 실제 이름은 쥬리 입니다만)의
실종신고 소식을 2개월만에 듣게 되고, 그들은 고민 끝에
유리의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이름도 린 이라고 새로 지어 줍니다.
린은 바람둥이(로 추정되는) 아버지와 자기를 학대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지만
그리 삐뚤어지지 않고 새로 생긴 구성원에게 정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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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도둑질을 가르치고 쇼타의 도둑질을 돕는 과정에서
문방구 아저씨가 쇼타에게 "여동생은 (도둑질) 시키지 마" 라는 이야기도 듣고
계속되는 오사무의 선과 악이 모호한 도둑질 (차 유리를 깨서 도둑질을 시도하는데,
이 때 어린 쇼타는, 그만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네요.)을 보면서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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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무(남자) 와 노부요(남자의 아내) 는,
과거에 노부요가 술집에서 일하던 시절 만나 결혼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대사가 오고 가죠)
세탁물 공장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근무시간이 줄고 (워크 공유제?)
결국은 동료에게 유리와 함께 사는 것을 들키는 바람에
노부요는 공장을 그만두게 되는데,
더운 어느 여름날
공장을 그만둔 노부요가 화장을 하고 새 옷을 사 입은 날,
부부가 소면을 둘이서 먹다가 갑자기 펼치는 정사 신은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외설적으로 야해서 매력이란게 아니라.. 뭐랄까
노부요가 오사무에게 가기 전 던지는 '지쳐버렸어' 란 대사와
그들의 지나간 세월, 그리고 그들의 "혈연이 아닌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녹은 대사와 섹스가 끝난 뒤 나누는 대화들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애들이 들이닥치면서 후다닥 상황이 정리되는 모습도 재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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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했던 사이가 깊어진 어느 날, 여섯이서 함께 바닷가를 간 장면도
매력적인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의상도 미묘하게 다르고 함께 손잡고 점프도 하는 유쾌한 장면이지만, 그들은 사실 미묘한 관계로 얽혀있는
남남이에요. 영화 대사 속에 키즈나 (정) 이라 표현한 장면도 있긴 하지만요.
점점 커가는 쇼타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오사무는, 아키의 젖가슴을 훔쳐 보는
쇼타에게 '남자는 원래 모두 가슴을 좋아한다' 라거나 '아침에 건강한 남자는 발기를 한다' 등
부모가 해 줄수 있는 성교육을 쇼타에게 해 주면서 껄껄 웃죠. 하지만 그들은 남남..
(쇼타는 마지막에 헤어지는 버스에 타기 직전까지도, 단 한번도 중년 부부에 대해
아빠, 엄마 라고 표현하지 않아요. 다만 마지막에 혼잣말로 아빠 라고 말하죠. 자막으로만.)
기구한 삶을 산 할머니도 여러 명이 얽혀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 속 다섯명에게 혼잣말로, "다들 고마워" 라고 말하죠.
바다에 놀러갔다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세상을 떠납니다.
(배우 키키 키린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동네 할머니를
모셔온 것 같은 완벽함이 느껴지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오르게 해서 항상
눈물이 맺히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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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와 할머니의 관계도 미묘합니다만 (영화 상의 내용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아키가 업소에서 일하며 검은 창 사이에서 만나는 4번 남자.
남자를 바라볼 수 없는 아키는 4번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어느날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알고보니 아키와 4번남자는, 자해를 한 경험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들은 서로의 정신적 고통을 교감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죠.
(초조한 아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할머니의 촉이라거나,
남자와 교감을 마치고 뿌듯하게 돌아온 아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할머니 또한 신기합니다.
과연 할머니의 아키에 대한 진심이 어떠했는지 문득 궁금해 지는군요.
아키는, 할머니의 전 남편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내용은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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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어린 쇼타가 성장함에 따라 오는 도덕적 혼란감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만 슬쩍 하던 두 사람이,
어리디 어린 유리까지 범죄에 끌어들이게 되고
자동차를 부숴서 도둑질을 하는 오사무의 모습을 보고 뭔가 느낀바가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동생을 바깥에 두고 조마조마한 도둑질을 하러 온 쇼타는
유리가 따라온 것을 알아차리고, 유리는 하던대로 도둑질을 하는데
그 모습을 직원이 포착했다고 느낀건지, 아니면 뭔가 생각이 있었는지
(실제로 일부러 그랬다고 쇼타는 후반부에 이야기하죠)
눈에 보이게 깡통을 넘어뜨리고 양파를 훔쳐 달아나는 쇼타.
그동안 나름의 규칙과 전략을 가지고 도둑질을 하던 쇼타가
처음으로 잡힐 생각을 하고 일부러 들키는 장면 되겠습니다.
궁지에 몰린 쇼타가 다리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치고, 연락이 닿은
오사무 부부가 경찰서에 갔다가 안되겠다 싶어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치려 하던 중, 경찰에 붙잡히게 되면서 영화는 후반부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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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냥 순서없이 적다보니 쉽지 않군요.
가족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봐서 좋았고,
긴 러닝타임이 지루했는지 구석에서 코고는 소리도 들렸던 이 영화
(일본영화는 다소 loose하지 않습니까.)
붙잡힌 주인공들을 심문하는 남여 경찰은,
'너는 착한아이' 영화에 등장한
이케와키 치즈루(우리에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로 익숙한)
코라 켄고 로 배치했는데요.
내용 중 부모의 아동학대를 담았던 '너는 착한아이'와 겹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였을까요? ㅎㅎ 아주 익숙한 두 사람이 등장해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일본 가정 하면 늘상 우리가 떠올리는,
직장에서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에 돌아와 가족이 모여
아빠는 맥주를 한잔 하면서 고생했다며 식사를 하는 그런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피 한방울 안 섞인 도둑 가족(?)들의 이야기.
아동 학대, 자기를 버리고 떠나간 남편,
실종신고를 하지 않는 부모, 풍속업, 도둑질, 무단으로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행위 등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함으로
천천히 풀어갔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자주 본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 중견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도 너무
좋았던 이 영화, 정신없이 적었지만 추천하고 싶네요.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진 2점.
글 : kmkn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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